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벤처 자금의 조달과 운용

2000년 2월, 벤처기업 새롬기술 주가가 30만원을 넘어서며 시가총액 면에서 현대자동차를 추월했다. 1999년 말 미국에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인 다이얼패드를 출시한 새롬기술은 6주 동안 무려 9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면서 대박을 터뜨렸고, 이에 따라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당시 현대자동차의 직원 수는 2만 6천명이었고 새롬기술의 직원 수는 60여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것은 장안에 큰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2004년 솔본이라고 회사명을 바꾼 새롬기술의 현재 주가는 1,200원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여러 벤처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벤처기업의 인기가 최고조였던 2000년 각각 5만 5천원, 6만원, 75만원이었던 한글과컴퓨터, 장미디어, 로커스의 주식은 2006년 6월에 1,270원, 1,545원, 6,500원으로 떨어졌다. 액면분할, 액면병합, 감자 등을 반영한 결과 6년 만에 잔존가치가 2%, 2.5%, 0.8%로 줄어들었다. 아예 부도 처리되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벤처기업도 여러 개 있다. 

문제의 원인은 두 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기업의 가치를 너무 과대평가한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 받은 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업의 재무 능력이다.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투기 과열로 인한 폭탄 돌리기 현상과 유사하다. 투기적인 목적으로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시한폭탄을 돌리고 있는 것과 같다. 언제 터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폭탄을 들고 있다가 옆 사람에게 건네는데, 오래 들고 있을수록 더 많은 돈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폭탄이 터질까봐 두려워 받자마자 옆 사람에게 넘기지만, 계속 돌려도 폭탄이 터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시한폭탄이라는 사실을 잊고 더 오래 들고 있으려고 한다. 그러나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그 순간에도 계속 돌아가고 있다.
폭탄은 작년 하반기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투기 과열이 심해지면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가시화되자 정부는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부실 금융 기관들은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도산했다. 대형 부실 은행들의 파산을 미국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보증하면서 큰 위기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있지만, 이것은 시장 전체적으로 신용 불안을 야기하게 되었다. 
올 들어 9월까지 미국에서 벤처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공개(IPOs)는 단 여섯 건 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미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작년에는 86건이 이루어졌다. 올해 2분기에는 벤처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공개가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197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2분기에 벤처캐피털들은 74억 달러를 990건에 투자했다. 보통 기업공개가 벤처캐피털이 가장 바라는 투자의 보상인 점을 감안 했을 때, 기업 공개가 지금처럼 계속 어려워진다면 이제 막 시작하는 기업들은 자금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기업이 시장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벤처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재무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벤처기업 초기에는 창업자가 기술, 영업, 재무까지 모든 분야를 도맡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는 좋은 기술만으로 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고, 투기 열풍을 이용해 기업 가치를 부풀릴 수도 있으며, 정치적인 역학 관계로 시장 진출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은 규모가 커지게 마련이고 늘어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투자를 하고 투자 수익을 관리해야 한다. 인맥이나 기술만으로 운영할 수 없는 단계로, 벤처재무가 필요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벤처재무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은 벤처기업의 높은 기술적 혁신이 사업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발전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고 운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업 단계별로 소요되는 자금의 규모가 정확히 산출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기술 개발 위주로 비용이 들어가다가 제품이 개발되어 사업화에 이르게 되면 제조와 마케팅을 위한 자금이 필요해진다. 제품이 판매되면서 영업과 품질, 물류, 관리 비용이 계속 늘어나게 되는데 이런 비용의 발생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다면 고객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고 기업은 결국 성장 길목에서 주저앉게 될 것이다.
자금의 규모와 일정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자금이 조달되고 공급되어야 한다. 벤처기업의 성장 과정에 따라 자금의 원천은 변한다. 창업자 또는 동업자가 개인의 재산을 투자하는 것으로 출발하여 엔젤 투자자, 벤처캐피털, 일반 투자자 순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업 성장 단계에서는 엔젤 투자자 이후의 자금 조달이 중요해진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재료로 쓰이는 유기금속화합물을 생산하는 디엔에프는 대기업 연구실 출신들이 모여 2001년에 설립한 회사다. 설립 초기에는 담보 여력이 없어 자금을 조달하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연간 14억원 매출에 1억원의 순손실을 볼 정도로 실적은 좋지 않았다. 그러던 회사가 불과 3년만인 지난 해 매출 158억원에 순이익 49억원을 올리는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업 초기 단계에 기술 평가를 거쳐 벤처 캐피털 일신창업투자에서 8억원을 투자 받았고, 또 제품 양산 단계에서 30억원을 추가로 지원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해 코스닥에 상장되었는데 이 때도 벤처 기술 금융의 지원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벤처기업이 예상 자금 규모를 산출하고,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면, 이제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 대개 벤처기업들이 성공의 문턱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 단계에서 많은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조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거금을 손에 쥐게 되면 이미 성공했다는 생각에 도취되어 무리한 확장이나 투자를 하거나, 반대로 성공에 대한 큰 압박감으로 의사결정을 못하게 되곤 한다. 
자금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에 근거한 수익 모델과 성장 동력을 구축해야 한다. 회사가 조금 잘 된다 싶으면 보통 지분투자나 자본유치 등 자본 레버리지를 통해 손쉽게 수익을 얻으려고 한다. 벤처기업은 자기 고유의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통해 성장과 내실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벤처기업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재투자가 필요하다. 주주나 경영자는 당장에는 투자가 돈을 쓰는 것으로 느껴져 현실에 안주해 이를 기피한다. 하지만, 투자를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곧 위기가 찾아온다. 시장주도권을 놓치고 추락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벤처환경은 많이 성숙해왔다. 우수한 기술과 훌륭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타 기업으로 떠오른 기업도 많이 나왔고, 무수한 사람의 돈을 모아 허공으로 사라지게 만든 기업도 많았다. 이런 사례들은 우리 벤처기업의 토양에 알게 모르게 좋은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다. 벤처기업이 외부의 자금을 조달해서 운영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그 기업은 벤처라는 특혜를 잊어야 한다. 주주에 대한 책임감과 프로정신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 것이다.

- 끝 -

댓글 1개:

  1. 매우 리소스 페이지. 구매 부서는 비즈니스의 핵심입니다. 다른 부서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요청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경쟁력있는 비용을 검색하는 데 도움을줍니다. 또한 구매 부서가 비즈니스를 개발할 수있는 여섯 가지 방법 비상주소호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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